이주노동자도 '하나'다.
경제학을 더 자세히 공부하면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코멘트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단상수준으로 적어보고싶다. 이 글을 남기는 것은 크게 보아 '좌파'라 할 수 있는 사람들 중에도 이주노동을 다르게 보는 사람이 있음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이다.
글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이주노동자도 당당한 노동권의 주체이다.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므로 증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도 동의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이 보호되도록 법제의 완비를 촉구하는 것이 한국사회에서 좌파의 소임이라면 다른 한편으로는 증대되는 인종주의와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감 - 즉, 대중의 정치적 우경화 - 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좌파의 소임이다. 그러나 현재 좌파는 이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극복하고 교화될 심리적 문제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적개심의 근저에는 철저히 경제적인 이해관계의 대립이 깔려있다. 단순히 말이 통하지 않고 피부색이 달라서 그들을 증오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해야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글의 원작자가 잘 이야기 했듯이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이 꺼리는 3D 및 제조업 분야에 한국인보다 낮은 임금으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때문에 한국인의 일자리를 이주노동자가 빼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그 근거가 빈약하다. 예컨대 그들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주어도 한국인들이 취업을 꺼리기 때문에 이주노동자가 빈자리를 채운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일단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글의 원작자가 지적했듯이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분야는 한국인들이 일하기 꺼려하는 업종이다. 이주노동자보다 많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이 취업을 꺼리는 이유는 과연 뭘까. 제시된 임금이 노동자가 주관적으로 판단한 자기 노동력의 가치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시장원리에 따라 해당 업종의 임금이 올라가는 것이 (이주노동자를 수입하는 것보다) 자연스럽지 않은가?
단지 3D업종이라 한국인 노동자가 기피하는 것이 아니다. 3D업종이라도 정당한 임금을 준다면 한국인들도 취업을 원한다. 예를 들어보자.
힘들고 위험한 일이지만 조선소에는 많은 노동자들의 취업을 하고자 한다. 반면 금형작업을 주로 하는 소규모 철공소에는 취업을 기피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조선소는 힘들고 어려운 만큼 돈을 많이 주지만 소규모 철공소는 고된 노동에 비해 쥐꼬리만큼이라 할 수 있는 적은 임금을 주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좌파적인 해결책은 무엇인가? 소규모 철공소로 대표되는 중소기업에 적절한 금융,법제의 지원 - 대기업과 하청업체의 불공평 개선등 -을 통해 기본적인 체력을 확보해주고 임금을 충분히 올려주도록 유도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조금 덜 오른쪽으로 있으면 연대 임금제를 도입할 수도 있겠다. (그도 아니면 부가가치가 적은 사양산업이므로 업종전환을 유도하는 것도 가능한 선택지이다. )
그러나 한국인 노동자보다 싼 임금을 받는 이주 노동자의 존재는 결과적으로, 개별 사업장 및 산업 전체에 임금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개스 밸브 역할을 하게 된다. 위와 같은 진보적 정책들이 아니더라도 중소기업은 유지되고 제조업의 근간이 지탱되기 때문이다. 고로 제조업 분야의 임금상승 또한 없다. 한국인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 때문에 임금이 낮아진다고 투정하는 것은 어떤면에서 당연하다. 이것마저 부인하면 안된다. 이걸 부인하면 '동정심'으로 인해 '객관성'을 잃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상황에서 적절한, 좌파적 주장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의 원저자가 이야기 했듯이 그들이 (최소한) 동종업계의 한국인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을 받는 것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다. 물론 이 상황은 한국인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한 임금상승을 초래할 수는 없겠지만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업주의 행태 변화를 초래할 수는 있다. (아마도 같은 임금이라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느니 언어가 통하고 노동의 질이 높은 한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장기'적으로 '임금상승 압력배출 밸브'를 닫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글의 원작자는 여타의 좌파와 별반 다르지 않게 대중의 이주 노동자에 대한 적개심을 매우 개인적인 것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지식인, 특히 좌파 지식인들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적개심, 인종주의가 지식인이 아니라 노동 대중에게서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는 그들이 "책을 안읽어서" 라든가 "교양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들이 노동시장에서 이주노동자들과 직접 맞부닥치는 이들이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해를 위해 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자. 각각 4형제를 갖고 있는 두 가정이 있었다. 한 가정의 4형제는 매우 우애가 깊었지만 단칸방에 살았고 다른 가정의 4형제는 사이가 매우 안좋았지만 각자의 방이 있었다.
먼저 착한, 단칸방의 4형제를 생각해보자. 아무리 착한 형제라도 공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다툼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툼이 길어지면 형제들은 급기야 서로 증오하게 될지도 모른다. 반면 아주 사이가 나쁜 4형제 각자의 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이들은 서로 말을 안할지언정 드잡이를 하고 싸우는 날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단칸방에 사는 착한 4형제 보다 말이다.
이 상황에서 착한 4형제에게 줘야 하는 해법은 무엇인가? 다툼이 있을 때마다 싸우지말라고 혼을 내며 지도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예산의 제약이 없다면 이들에게 줘야 할 가장 좋은 해결책은 각자의 방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각자의 방을 갖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애로운 형제가 될 것이다.
이주노동의 문제에는 이러한 해법이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 다른 경제적 문제 - 예컨대 중소기업의 구인난 - 를 부차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대중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적개심을 우선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노동시장에서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의 경쟁을 최소화하(고 한국인 노동자의 임금 상승 추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이주노동정책을 펴야 한다. 그것은 매우 제한적인 분야와 인원에 한해 이주노동을 허용하고 그들의 임금을 최소 한국인 노동자의 90% 수준 이상으로 책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지식인은 운이 좋다. 그들을 대체할 이주 노동자들이 수입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 직원, 교사, 공무원 등의 지식노동과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의 전문직종은 이주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이다. 육체노동자들에 비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적개심도 거의 없는 것도 같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영어교사를 필리핀인으로 뽑는다거나, 베트남 노동자도 국적취득없이 9급시험에 응시가 가능하게 한다거나, 중국의 변호사, 일본의 치과의사도 한국에서 라이센스를 인정해준다고 말이다. 아마도 엄청난 반발이 일어날 것이다. 이건 단순히 상상이 아니다. 한의학계에서 중의대 출신의 한의사 면허시험 응시 자격부여에 반대했던 전례를 생각하면 충분히 일어날만한 일들이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현재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적개심을 노동자 개인의 소양 문제로 치환하지 말고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라는 것이다.
생존을 둘러싼 경쟁에서 경쟁자끼리 적개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이 구조적인 경쟁을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지식인의 책무다.
이주노동에 낭만적이며 지나치게 관대한 생각을 가진 지식인들은 한번쯤 반성해보아야 한다. 교육, 공무원, 법조, 의료 와 같은 지식노동/전문직종 분야에서는 철저하게 이주노동자의 진출을 봉쇄하고 있는 반면에 육체노동자들에게만 극한의 임금하락경쟁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한 것 같아서 아래에 원저자님꼐 드렸던 리플을 본문에 올림
좋은 뜻에서 쓰신 건 잘 알겠습니다. 공감도 하구요.
그런데 연대라는게 '우리 연대하자!'라고 이야기 한다고 잘되는건 아닐것 같애요.
'연대'를 막는 것은 무엇인가, '연대'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무엇인가를
더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글을 썼습니다. 그런 부분이 빠져있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감을 개인적인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었구요.
이런 표현이 불쾌하게 하지 않는다면 '주의주의'적인 뉘앙스를 받았다고 말해도 될런지 모르겠네요.
지금까지 들어온 분들에 대해서는 당장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지금처럼 사냥하듯이 하는 건 안되겠죠. 그렇다고 계속 "불법체류자"로 놨두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지하경제, 범죄 쪽으로 연루될 가능성이 너무 높아서 이주노동자 자신들에게도 장기적으로 좋지 않겠죠. 자세히는 잘 모르겠지만, 적절한 대우를 해주는 사업장을 연계해 신분을 안정시켜주고 일정기간이 흐르면 인간적인 방법으로 출국을 유도하는 것이 올바른 것 같습니다. 일단 들어오신 분에 한해서는요.
그리고 이주노동자의 특이성이 계속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고
또 상황에 따라 고국으로 쉽게 돌아갈 수도 있다는 특이성이 있죠.
연고가 없다보니 국내에서도 쉽게 유랑하는 성향이 있구요.
이런 조건 때문에 과연 '연대'가 어느 정도 이뤄질지 잘 모르겠습니다.
예를들어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기본급 120만원 이하 사업장은 보이콧하자고 하면 잘될까요? 더구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라면 말이죠.
희망과 현실의 조건 하에서 취할 수 있는 대안을 구분해서 따져야 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